취준생 63.6% “아직 난 면접장의 乙”... 기업별 대표 갑질 유형은?
- ‘채용 갑질’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한 논의에도 ‘갑질은 계속된다’
- 기업별 갑질 유형 대기업 ‘장기자랑 요구’, 중견기업 ‘사적인 질문’, 외국계기업 ‘성추행’, 공공기관/공기업 ‘기나긴 대기시간’… 갑질의 대표사례는 중소기업의 ‘반말’
취업포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 www.incruit.com)의 설문조사 결과, 취준생 열에 여섯은 여전히 면접관 갑질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 국회에서 ‘채용 갑질’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관들의 불손한 태도를 경험한 구직자가 무려 63.6%에 이르렀다. 갑질 면접을 진행한 기업은 ‘중소기업’이 3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기업’(23.0%), ‘중견기업’(20.2%), ‘공기업’(10.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들은 ‘외국계기업’(3.5%)이 가장 ‘깔끔한’ 면접이 진행되는 기업이라고 답했다.
- 기업유형별 대표 면접 갑질 사례는?
그 중에서도 구직자들은 ‘중소기업’ 면접전형에서 가장 많은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참고) 무려 40%의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면접관들의 횡포를 경험한 것. 가장 두드러지는 유형은 ‘면접자에 대한 반말’(48%)이었다. 이어 대기업 면접에서는 ‘장기자랑’(30%), 중견기업에서는 ‘사적인 질문’(27%), 공공기관/공기업에서는 ‘예고 없이 긴 대기시간’(12%)이 가장 대표적인 유형의 면접갑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비교적 갑질 사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 ‘외국계기업’에서는 ‘성희롱’(7%)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 정말 가지가지하는 갑질 사례 … 치사해서 안 들어간다
구직자들이 경험한 구체적인 갑질 사례를 들어봤다. ‘내정자를 이미 정해두고 형식적인 면접을 진행했다’, ‘사비로 교육 듣지 않으면 일 못한다는 식의 협박’, ‘서류가 많이 들어왔다며 배짱 튕기며 면접 진행’, ‘회사정보가 거의 없는 회사였는데, 우리회사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핀잔’, ‘소리지름’, ‘정치적 성향 질문’ 등의 갑질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이어 ‘면접장에서 받았던 가장 기분 나빴던 질문’에 대해서 묻자 ‘스펙이 이거 밖에 안돼요?’, ‘이래서 누가 뽑겠어’,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등 ‘학력, 학점 등 스펙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어 ‘생각보다 나이가 매우 많아 보인다’, ‘(점을 가리키며)팔에 그건 뭐예요?’, ‘살쪘을 때 찍어서 사진이 이 모양인가?’ 같은 외모 지적도 있었다. 기타 ‘왜 이직 시집을 못 갔냐’, ‘어머니의 월급 및 시급은 얼마냐’, ‘공부를 못했네, 불효자다’ 같은 개인사 질문 및 인신공격 등의 사례도 이어졌다.
구직자들은 이러한 갑질 면접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물론 ‘수치심을 느끼는 질문에 불쾌함을 표’(8.9%)하는 경우나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되물은 경우’(5.6%)도 있었고 심지어 ‘면접장을 박차고 나온’ 응답자(1.0%)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구직자(55.4%)들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불쾌한 마음을 숨기고 면접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린’(15.8%) 경우나 ‘일단 면접을 마무리하고 면접장을 나와 게시판에 털어놓은’(8.6%)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렇듯 면접장에서는 만년 을(乙)의 위치에 있는 취준생이지만, 지원기업 면접관들의 지나친 갑질을 이들의 지원의사를 바꿔놓기도 한다. 49.5%의 구직자들은 ‘(지원의사가) 바뀌었다, 지원한 것도 후회’한다고 밝힌 것. ‘최종합격되면 입사여부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는 응답도 27.3%나 차지했다. 가중되는 취업난을 의식한 듯, ‘면접경험과 입사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응답한 구직자들도 21.9%였다.
- 그래도 인간적인 기업은 있다 ... 가뭄에 콩 나듯 목격되는 '면접 훈풍사례'
반면, 59.7%의 응답자들은 훈훈했던 면접 미담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19.0%)하거나 ‘자존감을 높여주는 칭찬과 덕담을 해 준 경우’(17.6%),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게 해준 경우’(16.5%), ‘면접 후 수고했다며 따뜻한 격려를 해준 경우’(13.8%)를 훈훈한 면접 경험으로 손꼽았다. 이어 ‘면접관이 아닌 사회선배로써 조언을 해준 경우’(10.3%), ‘성적이나 대학과 관련된 인신공격이 없었던 경우’(9.4%), ‘극존칭 말투를 쓴 경우’(8.4%) 등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훈훈한 면접을 치르고 난 뒤, 지원 기업에 대한 여러분의 관점은 어떻게 바뀌었나요?’라는질문에, 79.2%의 응답자들은 ‘(훈훈한 면접을 치르고 난 뒤,) 지원 기업에 대한 관점이 더 좋아졌다’고 답했다. 물론, ‘기업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았다. 면접과 기업이미지는 별개의 차원’(15.5%)이라고 대답한 냉정한 입장과, ‘나빠졌다. 웃는 얼굴로 나를 탈락시켰다’(1.9%)던 푸념 섞인 답변도 있었지만, ‘면접자들에게 남긴 좋은 이미지는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만든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설문을 통해 구직자들은 면접관들에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면접관으로서 갑의 입장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나아갈 동반자를 찾으려는 보다 적극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33.0%)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조금 더 지원자의 입장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24.9%), ‘본인의 회사에 지원해 준 지원자에게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19.2%), ‘거만한 태도를 없애야 한다’(18.1%)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한편, ‘회사가 진짜로 신입사원이 필요한지 아니면 뽑는 시늉만 하는지 생각해보고 채용공고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지원자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십시오. 소모적인 사무용품이 아닙니다’ 등 한 섞인 외침도 눈에 띄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취업난의 심화는 취준생들을 누구보다도 절실한 존재로 만들었다”며, “이들의 이런 상황을 악용해 ‘채용 갑질’을 감행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설문조사 소감을 밝혔다.
본 설문조사는 5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인크루트 회원 9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설문조사는 이메일을 통해 실시되었다. 응답자의 59%는 학생 및 취업준비생이었으며, 이직 및 신입 지원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39%였다.
발행처 : 인크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