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용노동부에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및 제도개선 정책권고
- “남녀고용평등법에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조치 금지 규정 구체화 필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남녀고용평등법’)」에 성희롱 피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 규정을 구체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상시 근로자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성희롱 피해 예방과 구제절차 규정 제정을 의무화하고, 성희롱 고충처리 담당자에 대한 전문교육 강화, 구체적 업무처리 매뉴얼을 제작·배포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2015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성희롱 2차 피해 실태와 피해구제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등)을 추진, 근로자 등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성희롱 피해자,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성희롱 고충처리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근로자 450명) 중 40.2%(181명)가 성희롱 피해를 입었을 경우‘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문제제기를 않겠다는 이유(복수응답)로 ‘안 좋은 소문이 날까봐’(94명/51%), ‘고용상의 불이익 우려’(65명/36%), ‘처리과정의 스트레스’(62명/34%), ‘가해자를 다시 만나게 될까봐’(46명/25%) 등 순으로 나타나, 피해자가 성희롱 문제제기로 인한 2차 피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반영하였다.
또한 성희롱 2차 피해에 대해 주변에 말했을 때 “공감, 지지를 받지 못하고 참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응답자가 22%, “불이익 처우에 대한 암시, 심리적 위축 발언을 들었다”12.4%, “개인적인 문제이니 알아서 하라”며 회사가 회피한 경우가 11.3% 등으로 나타나 2차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2차 피해가 발생한 단계를 보면, 사건을 주변에 알렸을 때 32.4%, 공식적 접수단계에서 28.2%, 사건조사 및 처리단계 27.1% 순으로 응답하였으며, 2차 피해 가해자는 성희롱 가해자, 상급자, 동료 순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들은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회사(기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법적 제재 미흡’(20.4%),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 또는 제도적 지원 부족’, (19.8%)이라고 응답해 법·제도적 보호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공론화시키는 과정에서 행위자에 의한 괴롭힘이나 보복행위, 회사 측의 업무배제나 불리한 인사조치 등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규정에서와 같이 불이익 조치의 구체적 내용이나 보호 범위 등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성희롱 관련성, 불리한 조치의 해석이 문제될 수 있고, 피해자가 성희롱을 이유로 한 불리한 조치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권위는 성희롱 2차 피해와 관련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상 명시된 성희롱 관련 제도의 개선, 관련 법 규정의 제정, 고충처리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건은 1,985건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 보호·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2014. 5.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각 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에서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거나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었으나 민간기업 근로현장의 성희롱 및 2차 피해 등 문제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발행처 : 국가인권위원회